머리말 

2년 전인가? 어느 날, 평소 존경하는 전창선 선생님의 “안 교수! 혹시 柯琴 선생 책을 읽어봤는가?”란 한 마디가 이 책을 번역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陳修園의 『 傷寒論淺注』와 趨澍의 『 本經疏證』을 작업 중이었는데, 그 책 중간 중간에 柯琴의 글이 하도 많이 등장했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우선 柯琴의 책을 읽어야 작업이 진행될 수 있겠구나’란 생각을 하던 참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전해지는 柯琴의 책은 『傷寒論注』(이하 論注)와 『傷寒論翼』(이하 論翼), 『傷寒附翼』(이하 附翼)입니다. 통상적으로 이를 합해 『傷寒來蘇集』으로 부르는데, 이는 원래 柯琴의 書名이 아니라 柯琴 이후 葉序에 등장한 표현으로, 後代에 만들어져 유통되었던 이름입니다. 『論翼』의 自序에 “『傷寒』을 補注한 醫家의 책을 살펴보면, 本文을 위한 注疏와 仲景의 글을 인용한 立論 2가지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말로 볼 때, 『傷寒論』을 注疏한 글은 『論注』를 말하고, 仲景의 글을 인용한 立論은 『論翼』을 말하는 듯합니다. 한편, 『附翼』은 傷寒處方에 대한 심화 해설서인데, 『論翼』의 마지막 篇인 『制方大法』 뒤에 『附翼』의 처음인 太陽方이 이어지면서 六經 각각의 方이 설명되고 있으니, 『附翼』은 『論翼』의 『制方大法』篇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말 그대로 『論翼』의 附錄인 듯합니다. 이에 대한 증거가 될지는 몰라도, 『論注』와 『論翼』에만 그의 自序가 있고 『附翼』에는 自序가 없습니다. 이로 볼 때, 後世에 붙여진 소위 『傷寒來蘇集』이란 책 이름보다는 『論注』와 『論翼』으로 나누고, 『附翼』은 『論翼』의 『制方大法』篇에 대한 부록으로 보는 게 좀 더 柯琴의 생각에 맞을 듯하여, 本譯書에서는 『論注』과 『論翼』으로 구분하고, 『附翼』은 『論翼』 뒤에 첨부하는 편제를 취하였습니다.

柯琴의 이론은 傷寒論이 원래 傷寒과 雜病의 合論이란 기본 명제에서 출발합니다. 따라서 六經提綱 역시 傷寒이 아니라 六經이 諸病을 分司하는 提綱입니다. 이를 기초로 脈과 症의 合論인 證을 통해 『傷寒論』 전반의 연구를 거처 조문을 注疏하여 『論注』를 저술한 柯琴은 5년 후에 자신이 확립한 仲景硏究論을 『論翼』의 형식으로 저술합니다. 이 책에서 『全論大法』, 『六經正義』와 六氣, 脈症 등을 통해 六經病의 整體와 치료원칙을 해설한 그는 또다시 부록인 『附翼』을 통해 『制方大法』을 구체화한 치료법을 완벽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여러 과목에 교과서와 이에 대한 참고서가 있었는데, 교과서를 여러 번 읽고 참고서를 중간 중간에 읽으면서 그 과목을 이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論注』가 교과서라면 『論翼』은 참고서로 볼 수 있을 듯합니다. 교과서와 참고서를 나란히 펴 놓고 서로를 비교하면서 읽어 본다면, 傷寒硏究에 큰 획을 그었던 한 大家의 평생 학문적 노력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물론 5년 후에 저술된 『論翼』에는 5년 전 저술인 『論注』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도 다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한곳에 머물지 않고 진화를 거듭했던 柯琴 선생의 학문 자세를 엿볼 수 있는 증거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쏠쏠한 재미 역시 이 책의 장점으로 볼 수 있을 듯합니다. 한의사로써 기분 좋은 경험을 항상 알려 주는 전창선 선생님과 학기 초를 앞두고 다른 교재 작업과 이틀 남은 결혼식 준비로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꼼꼼히 편집을 위해 수고해 준 한미의학 서영주 과장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실망할 수 없는 책인 듯합니다. 많이 읽혀졌으면 좋겠습니다.
2009년 9월
안영민 

일러두기
1. 이 책의 底本은 『傷寒來蘇集』(學苑出版社, 2009년 9월 1차 인쇄)으로, 이를 한글로 번역하였다.
2. 각주 내용의 출처 중에 『傷寒論注』는 『論注』, 『傷寒論翼』은 『論翼』, 『傷寒附翼』은 『附翼』으로 簡稱하였다.
3. 각주에 표기된 조문 번호는 모두 『傷寒論注』의 순서를 따랐다.
4. 傷寒論 조문의 글자는 가급적 원래 형태로 해석하여 조문과 연결하여 읽을 수 있도록 하였다.
5. 『附翼』에는 처방 설명이 등장하는데, 원래 底本에는 처방 앞에 번호가 없지만, 本譯書에서는 편의상 순서대로 일련번호를 붙였다.
6. 證과 症을 구분해서 표기하였는데, 가령 脈과 症은 서로 상대적인 진단 방법으로 보았고, 證은 脈과 症을 포함하여 도출된 진단 개념으로 구분하였다.
7. 원문과 번역문을 같은 높이로 가로 배열하여 독자들의 시선 동선을 최소화하여 읽기 쉽도록 하였다. 글의 길이를 맞추려면 한글인 번역문이 한자인 원문에 비해 길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부득이 번역문에 한자어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 독자 제현의 양해를 바란다. 

 목   차  

傷寒論翼1

自序3

卷上9

全論大法 第一9

六經正義 第二18

合幷啓微 第三32

風寒辨惑 第四36

溫暑指歸 第五49

痙濕異同 第六54

平脈準繩 第七60

卷下71

太陽病解 第一71

陽明病解 第二83

少陽病解 第三96

太陰病解 第四108

少陰病解 第五115

厥陰病解 第六127

制方大法 第七140

傷寒附翼159

卷上161

太陽方總論161

卷下239

陽明方總論239

少陽方總論261

太陰方總論273

少陰方總論284

厥陰方總論306

六經方餘論  ---  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