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요즘 저의 외래진료실을 지나는 분들은 진료실 밖으로 새어 나오는 “토하실 겁니다”, “설사하실 겁니다”란 다소 강한 어조의 제 목소리를 종종 듣게 됩니다. 아무래도 현대인들에게 토하거나 설사하는 치료법을 이해시키는 일이 쉽지만은 않기에, 본의 아니게 커져 버리는 제 마음의 목소리 때문이겠죠. 하여간, 瓜蒂를 이용한 吐法과 甘遂를 이용한 攻法을 치료에 사용하여 유효한 치료결과를 확인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당대의 유효한 치료처방을 수집해서 기록했다(博採衆方)는 󰡔傷寒雜病論󰡕의 대단함을 새삼 실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王淑和에 의해 原本에서 분리되어 저술된 󰡔傷寒論󰡕과 또다시 宋代 林億 등의 교정을 거치면서 󰡔金匱要略󰡕이 떨어져나간 지금의 󰡔傷寒論󰡕으로는 仲景 󰡔傷寒雜病論󰡕의 원형은 알 길이 없습니다. 다행히도 󰡔傷寒論󰡕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가진 뛰어난 醫家들의 등장으로 漢代 仲景의 생각은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읽는 상한론 시리즈 1권인 尤怡의 󰡔傷寒貫珠集󰡕은 治法의 관점에서, 2권인 成無已의 󰡔傷寒明理論󰡕은 症狀을 중심으로, 3권인 朱肱의 󰡔活人書󰡕는 陰陽의 관점에서, 4권인 徐靈胎의 󰡔傷寒論類方󰡕은 處方을 중심으로 이른바 宋本 󰡔傷寒論󰡕의 조문들을 재배열하면서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였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5권은 바로 柯琴의 󰡔傷寒論注󰡕인데, 이 책은 尤怡의 󰡔傷寒貫珠集󰡕과 함께 지금까지 전해지는 가장 精微한 注釋書로 알려져 있습니다.

󰡔傷寒論注󰡕는 證을 중심으로 宋本 󰡔傷寒論󰡕의 조문들을 재배열하면서 심지어 구절을 삭제하거나, 글자를 바꾸는 등 화끈하고 과감한 注疏로 󰡔傷寒雜病論󰡕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연 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仲景自序의 ‘選用󰡔素問󰡕’이란 말 때문인지는 몰라도, 출간은 되지 못했지만 󰡔內經合壁󰡕을 저술할 정도로 󰡔內經󰡕에 깊은 지식이 있었던 그는 󰡔傷寒論󰡕과 󰡔內經󰡕의 이론을 연결하여 六經과 治法 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번역을 위해 몇 번씩 󰡔傷寒論注󰡕를 읽다보니, 柯琴이 仲景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알 수 있을 듯 했습니다. 그만큼 중간에 책에 손을 대었던 叔和가 싫기도 했겠지만, 자신의 생각에 맞는다면 叔和의 글로 생각되는 부분마저 취하는 열린 마음을 갖기도 했었지요.

그의 의학사상은 尤怡, 兪根初, 徐靈胎, 周學海 등 이후 淸代의 저명한 醫家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고, 심지어 王淑和를 지지했던 陳修園의 󰡔傷寒論淺注󰡕나 󰡔神農本草經󰡕의 대표적 注疏書인 趨澍의 󰡔本經疏證󰡕에서도 󰡔傷寒論注󰡕의 내용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淸代 後期에 저술된 傷寒論 관련 서적들을 읽으려면 반드시 이 책을 통해 柯琴의 사상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胸中에 만권의 책이 있어도 붓끝에 작은 먼지가 없는 사람이라야 著書할 수 있고, 胸中뿐 아니라 目中에 작은 먼지가 없는 사람이라야 古書를 注疏할 수 있다”

自序를 처음 시작하는 이 글에서 객관적으로 仲景의 마음을 찾으려고 했던 그의 간절한 마음을 알 수 있을 듯합니다. 그의 글을 읽는 우리 역시 편견을 가지지 않고 눈에 작은 먼지 하나 없이 그의 생각을 따라가 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력난까지 불러온 유난스럽던 무더위가 지나고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느껴집니다. 왠지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계절인 만큼, 많은 분들께 읽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12년 9월
안영민 

일러두기

1. 이 책의 底本은 󰡔傷寒來蘇集󰡕(學苑出版社, 2009년 9월 1차 인쇄)으로, 이를 한글로 번역하였다.
2. 底本에는 원래 조문 번호가 없는데, 本譯書에서는 각주를 위해 순서대로 일련번호를 붙였다. 柯琴은 宋本 󰡔傷寒論󰡕 條文을 자신의 견해에 따라 재배열하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에, 宋板 조문의 순서보다는 柯琴의 순서를 따르는 게, 타당할 듯하다.
3. 원문 조문은 凡例의 설명대로 ‘字字讀斷’이란 柯琴의 의견을 존중해서 懸吐 형식을 취하지 않고 원문 그대로를 수록하였다.
4. 柯琴의 自序에는 “倒句․訛字를 전부 改正하였다”는 말이 나온다. 따라서 이 책에는 宋本 󰡔傷寒論󰡕을 고친 조문이 많이 등장하는데, 각주에 宋本 조문을 표기하여 󰡔論注󰡕와의 차이점을 알 수 있도록 하였다.
5. 각주 내용의 출처 중에 󰡔傷寒論注󰡕는 󰡔論注󰡕, 󰡔傷寒論翼󰡕은 󰡔論翼󰡕, 󰡔傷寒附翼󰡕은 󰡔附翼󰡕으로 簡稱하였다.
6. 注의 내용에 있는 󰡔傷寒論󰡕 條文의 글자는 가급적 원래 형태로 해석하여 條文과 연결하여 읽을 수 있도록 하였다.
7. 證과 症을 구분해서 표기하였는데, 가령 脈과 症은 서로 상대적인 진단 방법으로 보았고, 證은 脈과 症을 포함하여 도출된 진단 개념으로 구분하였다.
8. 원문과 번역문을 같은 높이로 가로 배열하여 독자들의 시선 동선을 최소화하여 읽기 쉽도록 하였다. 글의 길이를 맞추려면 한글인 번역문이 한자인 원문에 비해 길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부득이 번역문에 한자어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 독자 제현의 양해를 바란다.

 목   차  

自序 1
凡例 5

卷一 11
傷寒總論 11
太陽脈症 25
桂枝湯證上 34
桂枝湯證下 52

卷二 77
麻黃湯證上 77
麻黃湯證下 89
葛根湯證 97
大靑龍湯證 101
五苓散證 116
十棗湯證 125
陷胸湯證 126
瀉心湯證 135
抵當湯證 146
火逆諸症 152
痙濕暑證 158

卷三 171
陽明脈症上 171
陽明脈症下 197
梔子豉湯證 206
瓜蒂散證 218
白虎湯證 224
茵陳蒿湯證 230
承氣湯證 233
少陽脈症 251
柴胡湯證 256
建中湯證 276
黃連湯證 280
黃芩湯證 282

卷四 285
太陰脈症 285
三白散證 291
少陰脈症 293
麻黃附子湯證 304
附子湯證 309
眞武湯證 311
眞武湯證 311
理中丸 314
桃花湯證 314
四逆湯證上 317
四逆湯證下 325
吳茱萸湯證 330
白通湯證 331
黃連阿膠湯證 333
猪苓湯證 335
猪膚湯證 337

四逆散證 340
厥陰脈症 343
烏梅丸證 347
白頭翁湯證 349
熱厥利證 352
復脈湯證 359
陰陽易證 363
諸寒熱證 365

색인 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