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제가 평소 간직해온 한의학적 소견을 밝혀 젊은 후학들이 임상치료함에 있어 미력하나마 보탬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에서 처방전을 정리해서 출판하게 되었다. 이 처방전은 30년 전통의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의 금당신방(金塘神方) 처방집을 중심으로 안양중화한방병원, 세명대제천한방병원, 동진한방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우수한 효과가 있다고 경험했던 처방을 위주로 정리하였고 꽃마을 한방병원, 원광대 타병원의 많은 동료, 선배님들의 경험처방이 수록되었으므로 이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한다.

한의학에서 보는 인체는 크게 두 가지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인체는 소우주로 인간과 우주는 조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인체가 기로 구성되어 있고, 기는 반드시 존재한다는 믿음 위에서 한의학이 시작되고 발전되었다.

한의학의 생리이론은 정상적인 인체에서 발현되는 현상적 문제이고 한방병리 이론은 병이 발생한 조직이나 장부가 몸 밖에서 발현되는 현상의 문제로 “諸內者 必出諸外”의 이론이다. 모든 내부에 있는 모순이 몸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하나 하나 나타나는 증상을 소홀히 생각해서는 안 된다.

결국 한방장부이론도 현대 해부학적 장부의 이론이 아니고 인체의 생리적, 병리적 증상이 몸 밖에서 발현되고 이를 뇌에서 자각하는 현상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를 분석하여 처방을 구성할 때에 진정한 한의학적 치료에 준한다고 생각된다.

한방 임상치료의 핵심은 체질을 토대로한 변증별 치료에 있다. 체질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인체라는 공간적인 몸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체질이란 부모로부터 물려받아서 사람의 일생 동안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생리적 병리적 경향성이기 때문에 같은 병이라도 사람마다 전변되는 과정이 다르며 같은 약이라도 사람마다 몸에서 나타나는 효과가 다르기 때문이다. 변증을 하는 것은 시시각각 변하는 증상을 관찰하여 인체에서 시간적으로 변하는 몸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의 신형편에 보면 사람들은 형색이 저마다 다르고 장부도 역시 다르니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비록 같더라도 치료법은 현저히 구별된다고 하였다. 결국 한의학적 병인은 인체 밖으로 나타나는 형색과 형상을 고려하고 장부의 특징을 파악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인체의 질병을 파악함에 있어 체질이라는 인체의 공간적 측면과 질병이 시시각각 변하는 변증인 시간적 측면을 모두 고려해서 질병을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침구치료법은 임상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다각적인 방법으로 응용을 해야 하나 반드시 한의학적 원리에 근거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며 이를 토대로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연구방법론을 적용하여 질환마다 어떠한 침법이 가장 우수한가를 평생토록 검증해 나가야 할 것이다.

부디 여러분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이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무등산이 굽어보는 鍼香연구실에서 김 성 철 씀